부처는 적어도 수천 생을 윤회하며 다양한 존재를 체험했습니다 하지만 부처의 전생은 동물이나 무엇이 되든 언제나 매우 특별했어요 황금 사자, 황금 사슴, 황금 거위, 황금 거북이처럼요

이 이야기는 황금 거위입니다 어느날 칸마 왕비가 현자의 지혜를 말하는 황금 거위의 꿈을 꾸고 이런 멋진 새를 간절히 보고 싶다고 왕에게 이야기했어요 이에 왕이 알아보게 하니 그런 새인 황금 거위가 있지만 드물고 찾기 어렵다고 했지요

왕은 사냥꾼에게 어김없이 호반을 감시하라 명했죠 사냥꾼 대장은 부하들과 호수를 에워싸고 밤낮없이 황금 거위를 기다렸어요 어느 날 새벽, 호수로 날아오는 거대한 무리의 거위와 그 중 햇빛에 반짝이는 황금 깃털을 가진 큰 거위를 봤죠

황금 거위는 호수에 내려앉자 마자 덫에 걸려들었어요 그러자 무리의 지휘관인 수무카만 왕 곁에 남았죠

황금 거위가 사냥꾼에게 물었죠 『나를 포획함이 혼자한 일인가, 사주받은 일인가?』

『덫을 놓은 건 왕의 명령입니다 고귀한 거위여』

사냥꾼은 황금 거위에게 자초지종이며 왕비가 멋진 새를 원한 얘기를 했어요 황금 거위는 혼자 생각했죠

『내가 성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 그리하면 사냥꾼은 포상 받고 바후푸타카 왕은 지혜와 덕을 갖춘 군주로 알려지겠지 내가 직접 찾아가면 왕은 흡족하여 나를 이 아름다운 호수에 자유롭게 놔줄지도 몰라』

그는 사냥꾼에게 말했죠『왕에게 데려다 주시오 얘기를 해보리다 그가 원하면 우릴 풀어줄 것이오』

사냥꾼이 말했어요 『고귀한 거위여 왕이 늘 자비로운 건 아닙니다 둘 다 갇힐 수도 있어요』

황금 거위는 말했죠 『내 그대의 마음도 얻었으니 왕의 마음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내게 맡기시오! 당신의 소임대로 우리를 왕에게 데려가시오』

그래서 사냥꾼은 두 새를 장대에 올려 성으로 데려갔습니다 왕과 왕비는 이 빛나는 황금빛 깃털을 가진 새와 산봉우리 눈처럼 새하얀 깃털의 장엄한 두 새를 보자 참으로 기뻐했지요

왕은 두 새를 황금 횃대에 놓고 자신의 손으로 꿀도 주고 좋은 곡물도 주고 설탕물도 주었지요 그리고 밤새도록 황금 거위와 왕의 의무며 덕목들에 대해 대화를 나눴어요 재미있지 않나요? 거위왕이 인간의 왕을 가르치다뇨 하지만 그랬죠

황금 거위는 왕에게 말했어요 『미루어 늦어지면 선행의 노력이 헛되고 맙니다 지혜를 잃으면 큰 것을 잃음이요 진리를 못 보는 자 지혜를 얻지 못하며 자식을 소중히 키우면 현명하게 자라 덕의 길을 따를 것입니다』 황금 거위는 왕에게 조언과 격려를 하고는 새벽이 되자 왕과 왕비에게 인사하고 충성스런 수무카와 북쪽 창문을 통해 치타쿠타 산으로 날아갔지요 끝!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죠 사실 이는 부처의 전생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그렇지 않지만 책 전체가 석가모니불이 이 행성에서 다양한 존재로 있었던 전생을 다루고 있어요

이달은 석가 탄신의 달이죠 그러니 부처의 전생에 고귀한 행적을 다룬 이야기도 좋죠 또 채식하는 이유도 알고요 최소한 부처는 먹지 않을 겁니다 만약 꽃을 먹으면 꽃부처를 먹는 것에 그치나 거위를 먹는다면 거위부처를 먹으니 끔찍한 일이죠

그런데 궁금한 건 거위들 중에서 왜 단 두 마리만 고귀하고 다른 거위들은 평범했냐는 거죠 9만 마리 중에서 단 둘만 고귀했어요 실제로 동물 세계에서도 그런 차이가 있죠 인간만이 아니고요

중생들 간에도 진보한 수준이 다릅니다 같은 종 내에서도요 항상 차이가 있죠 한 쪽은 고귀한 길을 택하지만 다른 쪽은 평범한 길, 쉬운 길, 물질적 이득의 길을 택하니까요 자신의 선택으로 귀하거나 낮게 되죠

생각과 이상과 일과 행동을 개선시키려고 내면으로 분투하지 않는다면 항상 같은 수준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평범한 거위로 남들처럼 겁내고 남들처럼 걱정하고 남들처럼 먹고 남들처럼 꿈꾸고 남들처럼 습관적으로 행하고 나아질 것도 진보될 것도 없이 그저 풀이나 호숫물만 마시며 인생을 보내는 일개 거위로 남겠죠 그런 삶도 평화롭고,조화롭고 긴장도 없고 좋아 보이지만 풀과 호숫물 외에는 더 얻을 게 없죠

이제 우린 소위 그런 평화로운 삶을 원하는지 자문해 봐야해요 그래서 내가 여러분에게 화목한 가정이나 평화로운 환경, 물질적 이득이나 스승의 축복과 관음 법문의 수행에서 온 이로움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말라고 이른 것입니다 스승은 정말 원하는 건 뭐든 축복해주죠 허나 여기 만족하고 성취에 자만하면 안됩니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냄새 나는 비료도 꽃에 필요하긴 하죠 허나 우리가 원하는 건 꽃이지 비료가 아닙니다

그래서 그 거위가 황금 빛이고 장엄하고 현명해 보이고 다른 거위들은 평범해 보인 거죠 천주교나 기독교 신자는 성경의 예수의 이 말을 기억하죠 예수는 평화가 아니라 검을 주러 왔다고 했어요 형제지간을 가르고 부자지간을 가르는 칼이요 그렇죠? 그래요 스승은 어떤 의미로 한 말이었을까요? 그 뜻은 예수가 입문과 진리의 지혜를 주러 왔을 때는 혈연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이죠 가족의 평화와 화목에 그렇게 큰 비중을 두지 말라는 겁니다 스승이 보는 것은 가정의 평화와 화목이 아니라 해탈이니까요 그 뿐이죠 감사합니다!

예수처럼 위대한 스승이 그리 말했으니 주의해서 스승이 우리에게 뭘 원하는지 우린 스승에게 뭘 원하는지 알아야죠 가정이 더 평화로워지고 화목하고 서로 사랑한다면 그도 좋아요 신과 스승의 힘에 감사한 일이죠 허나 아니라해도 자유로운 데 감사하세요 정말 그렇습니다 모든 건 대가가 있죠 누가 자신을 사랑해주면 그를 돌보고 행복하게 해줘야 해요 상대가 불행하면 자신도 불행하니까요 그렇죠?

이 세상의 사랑은 대부분 구속입니다 좋은 관계라도 구속일 뿐이죠 그 속에 빠져 서로를 자유롭게 하는 걸 잊고 관심과 사랑, 보답 등 온갖 것을 요구하니까요 커플 간의 사랑이 집착이나 요구, 명령이나 아무런 조건과 노력없이 자유롭게 흐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대부분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모든 노력엔 시간과 에너지가 들죠 주위의 사랑하는 이에게 시간과 관심을 주어야 합니다 원하지 않아도요 주의를 기울어야죠 그러면 내면의 단일된 집중이 흩어집니다 내면과 외면에 동시에 집중하는 이는 많지 않아요 그렇게 한다 해도 시간이 듭니다 이해해요? 전환에 시간이 들죠 또 여기 집중하면 다른 데 집중할 수 없습니다 둘 다 기억해도 하는 건 한번에 하나만 할 수 있습니다 안 그런가요?

하나에 집중하며 동시에 완벽히 다른 것에 집중할 수는 없어요 사실 우린 혼자서도 완전하죠 자신이 뭘 하고 언제할지 모두 알고 있어요 홀로 행하세요 그것도 좋죠 허나 모든 게 유혹합니다 나를 어떤 식으로든 돕든 그 일에도 집착하게 되죠 그 일의 중요성에 집착하고 그 일을 하는 자신의 중요성에 집착하여 정작 그 일의 목적은 잊어버립니다 다른 이들의 이로움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은 잊고 일에만 집착하지요 그런 거예요 그 목적은 깨닫지 못하는 거죠

이 이야기처럼 부처는 당시 황금 거위거나 아니었을 수도 있죠 어쩌면 그냥 비유나 예시였을 거예요 왕이나 스승의 고독함을 나타낸 것으로 무지한 거위와 얘기 하는 것 같다는 거죠 이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울리는 진실이 있어요

윤회가 반드시 존재하라는 법도 없고 부처가 전생에 반드시 황금 거위나 황금 토끼란 법도 없지만 그 내용만은 진리입니다 왕이나 스승, 현자의 고독함이 이야기에 잘 드러나 있죠 실제로 부처가 거위로 환생했든 말든 상관 마세요 그저 다양한 이야기로 원리를 설명한 것 뿐이니까요

"생각과 이상과 일과 행동을 개선시키려고 내면으로 분투하지 않는다면 항상 같은 수준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