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6편

선사의 가르침

자사(제사 선생), 자여(가마선생), 자려(쟁기선생), 자래(오심선생), 네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없음으로 머리를 삼고 삶으로 척추를 삼고 죽음으로 꽁무니를 삼을 수 있을까? 누가 죽음과 삶 있음과 없음이 모두 한 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사람과 벗하고 싶네』 네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었습니다 마음에 막히는 것이 없어 결국 모두 벗이 되었습니다

자여가 갑자기 병이 나서 자사가 문병을 했습니다 『위대하구나 조물주가 나를 이처럼 오그라들게 하다니』 그의 등은 굽고 등뼈는 튀어 나오고 오장이 위로 올라가고 턱은 배꼽에 묻히고 어깨가 정수리 보다 높고 목덜미 뼈는 하늘을 향하고 음양의 기가 어지러웠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평온했습니다 비틀거리며 우물에 가서 자기 모습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아,정말 조물주가 나를 이렇게 오그라뜨렸구나』

자사가 물었습니다 『그게 싫은가?』

『내가 잃고 얻는 것에 대해 싫어할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내 왼팔이 점점 변하여 닭이 된다면 나는 그것으로 새벽을 깨우겠네 내 뒤가 점점 변하여 수레바퀴가 되고 내 정신이 변하여 말이 되면,나는 그것을 탈 터이니 다른 무슨 탈것이 필요하겠나! 무릇 우리가 삶을 얻은 것도 때를 만났기 때문이요 우리가 삶을 잃는 것도 순리일세 편안한 마음으로 슬픔이니 기쁨이니 하는 것이 끼어들 틈이 없지 이것이 옛부터 말하는 매달림에서 풀려남 일세 그런데도 이렇게 스스로 놓여나지 못하는 건 사물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지 세상의 모든 사물은 하늘의 오램을 이기지 못하는 법 내 어찌 이를 싫어하겠는가?』

갑자기 자래에게 병이 났습니다 숨이 차서 곧 죽을 것 같아 부인과 아이들이 둘러앉아 울었습니다

그때 문병간 자려가 『자,저리들 비키세요 돌아가는 분을 놀라게 하지 마세요』하더니 문에 기대어 자래에게 말했습니다 『위대하구나! 자네가 겪고 있는 변화들이! 자네가 다음엔 어떻게 변하려는 것일까? 자네를 쥐의 간으로 만들려나? 벌레의 팔뚝으로 만들려나?』

자래가 말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동서남북 어디를 가라 해도 자식은 그 명을 따르는 것 음양과 사람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정도가 아닐세 음양이 나를 죽음에 가까이 가게 하는데 듣지 않는다면 나는 고집스런 자식 음양에 무슨 죄가 있나 대저 대지는 내게 몸을 주어 싣게 하고 삶을 주어 힘쓰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죽음을 주어 쉬게 하지 그러니 삶이 좋으면 죽음도 좋다고 여길 수 밖에 큰 대장장이가 쇠를 녹여 주물을 만드는데 쇠가 튀어 나와 『저는 반드시 막야 (고대 중국의 유명한 이중 날로 된 칼)이 되겠습니다』한다면 대장장이는 필시 그 쇠를 상서롭지 못한 쇠라 할 것일세 이제 내가 사람으로 나왔다고 해서 『사람의 모양만 사람의 모양만』 하고 외친다면 조화자는 필시 나를 상서롭지 못한 인간이라 할 것일세 자, 우주가 하나의 거대한 용광로이고 조물주가 대장장이라면 무엇이 되든 좋지 않겠는가? 조용히 잠들었다가 홀연히 깨어나는 것』

자상호 맹자반 자금장 이 세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사귐이 없는 데서 사귈 수 있고 서로 행함이 없이 행할 수 있겠는가? 누가 하늘에 올라 안개 속을 노닐고 무한 속에서 자유롭게 다니며 삶을 잊고 끝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세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웃었습니다 마음에 막히는 것이 없어 결국 모두 벗이 되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상호가 죽었습니다 아직 장래를 치르기 전에 공자가 이를 듣고 자공(공자의 제자)를 보내 일을 돕도록 했습니다 그곳에서 두 친구는 노래를 짓고 거문고를 타면서 함께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오, 상호여! 오, 상호여! 그대는 이미 본래 자리로 돌아갔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람의 몸이로구나!』

지공은 급히 나아가 말했습니다 친구의 주검을 앞에 두고 노래하는 것이 예의범절에 맞습니까?』 두 친구는 서로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이가 어찌 예의 뜻을 알겠는가?』

지공이 돌아와 그 사실을 공자에게 말했다 『저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입니까? 예의범절도 익히지 않고 육체의 생사는 뒤로 한 채 친구의 주검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면서 얼굴 색 하나 변한 게 없었습니다 저들은 대체 어떤 자들입니까?』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 세상 밖에서 노니는 사람들이고 나는 세상 안에서 노닐 뿐, 밖과 안은 서로 만날 수 없는 법인데 내가 너를 문상하게 했으니 내 생각이 좁았구나 그들은 조물주와 벗이 되어 하늘과 땅의 한 기운 속에서 노닐고 있다 그들에게 삶이란 혹이 달린 것과 마찬가지요 죽음은 부스럼을 없애는 것과 같다 그런 사람들이 어찌 삶과 죽음의 우열을 따지겠는가? 여러 가지 물질을 잠시 빌려 몸을 이루는 것이니 간이나 쓸개도 잊고 귀니 눈이니 하는 것도 놓아둔 채 그들은 끝과 시작을 계속 반복할 뿐 그 시작과 마지막을 헤아리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잊고 티끌과 먼지 속에서 유유히 다니고 함이 없는 함 속에서 자유로이 노닌다 이런 사람들이니 어찌 구차스럽게 세속의 예 따위를 따라가면서 뭇 사람의 눈에 띄려 하겠는가?』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세계에 의지하고 계십니까?』

『나는 하늘의 벌을 받았으나 자네와 함께 세속에 머물 것이다』

지공이 물었습니다 『그 세계는 어떤 것입니까?』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물고기는 물에서 살고 사람은 도에서 살지 물에 사는 물고기는 연못을 파주면 거기서 영양분을 받아 살고 사람은 만사를 잊음으로써 평안을 얻을 수 있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물고기는 강에서 서로를 잊은 채 자유로이 놀고 사람은 도의 바다에서 만사를 놓고서 한가로이 소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