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힐이 부르니 공자께서 가시려 하자 자로가 말했다 『예전에 선생께 듣기를 『그 자신이 직접 악한 짓을 한 사람의 집에 군자는 들어가지 않느니라』 말하신 걸 들었는데 필힐이 중모읍에서 반기를 들었는데도 공자께서 가시려하는 건 어찌된 일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맞다 그렇게 말했다 갈아도 엷어지지 않는다면 굳건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느냐? 검게 물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면 희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느냐? 내 어찌 박이리요? 어찌 매달려있기만 하고 먹히지 않을 수 있으리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야,너는 여섯 가지 교훈과 여섯 가지 폐단을 들었느냐?』 『못 들었습니다』

『앉거라 내가 너에게 말해주겠다 인을 좋아하되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리석음에 빠지는 것이다 지혜를 좋아하되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방탕함에 빠지는 것이다 신의를 좋아하되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남을 해치는 것에 빠지는 것이다 곧음을 좋아하되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조급함에 빠지는 것이다 용기를 좋아하되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문란함에 빠지는 것이다 강함을 좋아하되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경솔함에 빠지는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시를 공부하지 않느냐?』 시는 감응을 일으킬 수 있고 세태를 살필 수 있고 무리 지어 어울릴 수 있고 원망할 수 있으며 가까이는 부모를 잘 섬길 수 있고 멀리는 군주를 잘 섬길 수 있고 시에서 우리는 조수와 초목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된다』

공자께서 백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주남과 소남을 익혔느냐? 사람으로서 주남과 소남을 익히지 않으면 마치 담장을 바로 마주보고 서 있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렇지 않는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색은 위엄이 있는데 안으로 심약한 사람은 소인에 비유하자면 벽을 뚫고 담을 넘는 도둑과 같지 않는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향원은 덕을 해치는 자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길에서 들은 것을 길에서 말하는 것은 덕을 버리는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비루한 사람들이다 어찌 이들과 함께 임금을 섬겨 일을 도모하겠는가! 권력을 얻지 못했을 때는 권력을 얻기 위해 안달하고 이미 얻었을 때는 잃을까 봐 안달한다 오직 잃는 것만 걱정해 저지르지 않는 일이 없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 사람에겐 세 가지 한계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한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옛날의 사나운 사람들은 대범했으나 지금의 사나운 사람들은 방탕할 뿐이다 옛날의 잘난 척하는 사람들은 청렴했으나 지금의 잘난 척하는 사람들은 성내며 거스를 뿐이다 옛날의 어리석은 사람들은 정직했으나 지금의 어리석은 사람들은 남을 속일 뿐이다 교묘하게 말하고 보기 좋게 표정을 꾸미는 사람들 중에는 인한 사람이 드물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자주색이 붉은색의 자리를 차지하는 걸 증오한다 정성(정나라 음악)이 아악(정통 음악)을 어지럽히는 것을 증오한다 하찮은 말솜씨가 나라를 뒤엎는 것을 증오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구나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말씀을 않으시면 저희는 어찌 배우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이 말을 하더냐? 쉬지 않고 행동하고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지만 하늘이 말을 하더냐?

유비가 공자님을 뵈려 했다 공자께서는 병을 핑계로 사양하셨다 말을 전하는 사람이 나가자 공자께서는 거문고를 들고 노래하여 유비가 듣게 하셨다

재아가 물었다 삼년상을 지키는데 일년도 길지 않습니까? 군자가 삼 년 동안 예를 행하지 않으면 반드시 예가 무너집니다 삼 년 동안 음악을 행하지 않으면 반드시 음악이 붕괴됩니다 해마다 예전에 추수한 곡식을 소진하고 해마다 새로 추수한 곡식을 상에 올리고 해마다 부시를 뚫어 새 불씨로 삼는 것에 맞춰 상례도 일년만 치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쌀로 지은 밥을 먹고 비단으로 지은 옷을 입어도 너는 편안하겠느냐? 재아가 그렇다고 했다 네가 편안하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여라 군자가 상을 지내는 것은 잘 차린 음식을 먹어도 달지 않고 좋은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고 집에 머물러도 편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일들을 삼가 하는 것이다 지금 너는 편안하다 하니 그러도록 하여라

재아가 나가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여(재아의 이름)는 인하지 못하구나 자식은 태어나서 삼 년이 지난 연후에야 부모의 품을 면한다 삼년상을 치르는 것은 천하에 통용되는 상례다 여도 부모로부터 삼 년 동안 사랑 받지 않았겠는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루 종일 배불리 먹을 뿐 마음 쓰는 곳이 없는 건 곤란한 일이다 바둑이나 장기가 있지 않은가? 그것이라도 두는 것이 현명하다

자로가 말했다 군자는 용기를 숭상하는지요?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의를 최고로 여긴다 군자에게 용기만 있고 의가 없다면 난을 일으키고 소인에게 용기만 있고 의가 없다면 도적질을 한다

자공이 말했다 군자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미워하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의 흠을 들춰내는 것을 미워한다 아랫 사람이 윗사람을 험담하는 것을 미워한다 용기가 있되 예의가 없는 것을 미워한다 과감하되 꽉 막혀 다른 의견을 듣지 않는 것을 미워한다

공자는 물었다 사야 너도 미워하는 것이 있느냐?

자공이 대답했다 편법을 지혜라 칭하는 것을 미워합니다 불손을 용기라 칭하는 것을 미워합니다 비방을 직언이라 칭하는 것을 미워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마흔 살이 되어서도 남에게 미움을 받으면 그것은 끝난 것이다

18장

미자는 떠났고 기자는 노비가 되었고 비간은 건의를 올리다 죽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은나라에는 세 명의 선한 신하가 있었다 유하혜는 사사를 맡아 일하다가 세 번이나 쫓겨났다 사람들이 묻기를 『왜 이 나라를 떠나지 않나요?』 그가 대답했다 『바른 도리로 사람을 섬기자면 어디 간들 세 번은 쫓겨나지 않겠습니까? 도리를 굽혀 사람을 섬기자고 하필 부모의 나라를 떠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제나라 경공이 공자의 대우에 대해 말하였다 『그를 계씨와 같은 대우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계씨와 맹씨의 중간 정도의 대우는 할 수 있다』 나중에 다시 말했다 『내가 늙어 그를 쓸 수가 없다』 공자께서는 떠나셨다

초나라의 광인인 접여가 노래를 부르며 공자님 앞을 지나갔다 『봉황이여 봉황이여 어찌하여 그리 덕이 쇠하였는가! 지나간 일은 충고해야 소용이 없겠지만 다가올 일은 고칠 수 있다네 그만 두어라 지금 정치에 종사하는 것은 위태롭다네』 공자께서 내려 그와 함께 이야기 하려 하셨으나 그가 빠르게 피해서 그렇게 하지 못하셨다

장저와 걸익이 나란히 밭을 갈고 있었다 공자께서 그곳을 지나다 자로를 시켜 나루터가 어디인지 묻게 하셨다 장저가 말했다 『수레를 모는 사람이 누구요?』 자로가 말했다 『공구이십니다』 『노나라의 공구 선생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나루터가 어디인지 알 것이오』 이번엔 자로가 걸익에게 묻자 말했다 『당신은 누구시오?』 자로가 대답했다 『저는 중유입니다』 걸익이 물었다 『노나라 공구를 따르는 사람이오?』 『그렇습니다』 그러자 걸익이 말했다 『도도하구려 천하가 모두 시대의 조류를 좇아 흘러가는데 누가 이를 거스를 수 있겠소? 그러니 당신도 사람을 피하는 인물을 따르지 말고 세상을 피하는 인물을 따르는 것이 어떻겠소?』 그러고는 밭 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자로가 돌아와 공자께 아뢰자 선생께서 낙심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누구와 함께 산단 말인가? 천하에 도가 서 있었다면 나는 천하의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로가 공자님을 따르다 뒤처졌다 그러다 우연히 노인을 만났는데 그는 지팡이에 망태를 메고 있었다 자로가 물었다 『저의 선생님을 보셨는지요?』 노인이 말했다 『사지를 근면히 움직이지도 않고 오곡도 구별을 못하는 사람이 선생을 찾는가?』 그러고는 노인은 지팡이를 땅에 꽂고 풀을 뽑기 시작했다 자로는 두 손을 모으고 노인 뒤에 서 있었다 노인은 자로를 그의 집에서 하룻밤 머물게 해주었고 기장 밥을 지어 자로에게 대접했다 또한 자신의 두 아들도 보여주었다

다음날 자로가 공자님께 돌아가 이를 아뢰자 공자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은자로구나』 그러곤 자로를 시켜 다시 찾아가 뵙도록 했으나 노인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자로가 말했다 『관직에 나서지 않는 것은 의가 없는 것입니다 어른과 아이 사이의 예절도 없앨 수가 없는데 임금과 신하 사이의 의를 어찌 없앨 수가 있겠습니까? 자신의 몸을 깨끗이 하고자 큰 윤리를 어지럽히는 것입니다 군자가 관직에 나서는 것은 의를 행하기 위함입니다 관직을 멀리 하는 은자를 보니 도가 행해지지 않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관직을 맡지 않고 숨어산 사람으로 백이와 숙제 우중과 이일 주장과 유하혜 소련이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자기 뜻을 굽히지 않고 자기 몸을 더럽히지 않은 사람은 백이와 숙제다 유하혜와 소련은 자기 뜻을 굽히고 몸을 더럽혔지만 말함이 윤리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행함은 사려 깊었다 그들은 그럴 수 밖에 없었을 따름이다 우중과 이일은 숨어 살면서 할 말을 다했다 하지만 몸을 더럽히지 않았고 권세를 바라지도 않았다 나는 이들과는 다르다 내게는 해야 하는 것도 없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없다

주공이 그의 아들인 노공에게 말했다 『임금은 친척들에게 소홀히 해선 안되고 대신들이 자신들을 써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오래도록 함께한 동지들은 큰 과오가 없는 한 버려서는 안 된다 일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갖추기를 바래서도 안된다』 주나라에는 8명의 선비가 있었다 백달 백괄 중돌 중홀 숙야 숙하 계수 계왜가 바로 그들이다